野 “산업안전보건법 8월 처리 제안”
與 “법 개정으로 신속 조치 어려워...행정조치 우선 검토”
살인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고체온 사망자가 속출하자 국회가 야외 근로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제시했지만, 권고안 수준이어서 실제 현장에서는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일 정치권에서는 온열 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야외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야는 폭염 속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법안 제정에는 이견을 보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폭염 때 근로자들의 휴게 기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에 ‘제41조 2(폭염 및 한파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조항을 신설해 일시적으로 업무 중단을 하거나 휴게 시간을 확대하는 등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업주가 폭염 때 휴게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자를 추가 고용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법도 다수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2021년 7월 폭염이나 한파 등 자연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주에게 업무 중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주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업 중단으로 인한 임금 지원이 필요할 경우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보다 앞선 2020년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김 의원안과 유사한 골자의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정 기준 이상 폭염이 지속 될 때 반드시 휴게 시간을 갖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염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입법이 지체 없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정과 관련해 “8월 국회 상황을 볼 때, 폭염이 8월 10일까지 가장 심하다는데 법 개정으로 신속히 조치할 수는 없다”며 “우선 정부에 행정적 조치를 우선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안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세부내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 측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에 “폭염 때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작업을 중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지니까 강력하게 대책을 세우라는 취지임은 안다”면서도 “법안이 너무 세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폭염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사업 운영 차질 등의 파장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해 증가하면서 법안 검토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김 의원 안의 법률안 검토보고서에는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준수되지 않아 폭염과 한파로부터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기후온난화 가속화로 매해 관련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는 4500명대의 가장 많은 온열환자가 나온 2018년 8월 폭염과 한파를 자연재난에 추가해 재난피해에 대한 국고 보조 등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