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대표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로 제작되는 가운데, 지난달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아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배급사 보도자료에 사용된 표현이다. 이를 전한 언론도 ‘크랭크인’이라는 단어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지난달 8일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 시작을 알리는 사진을 촬영한 배우 김고은, 이언희 감독, 배우 노상현(왼쪽부터)의 모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크랭크(Crank)’는 필름을 손수 돌려가며 촬영해야 했던 구형 카메라 사용 시절 '손잡이'를 지칭하던 말이다. 카메라에 붙어 있는 필름 회전용 손잡이를 돌리는 행위를 ‘크랭크 인(Crank In)’이라고 불렀다. 당시 표현이 관용어처럼 굳어지면서 요즘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회사들 역시 ‘영화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을 들어 이 표현을 쓴다.
같은 맥락에서 파생된 ‘크랭크 업’(Crank Up)’의 뜻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필름을 돌리던 손잡이를 멈추고 작업을 완료한다는 의미다. 요즘에는 주로 ‘모든 현장 작업을 끝마친 마지막 촬영 날’을 들어 이 표현을 쓴다. 일주일 전 촬영을 마쳤다는 구교환, 유재명, 서현 주연의 SF물 ‘왕을 찾아서’ 역시 ‘크랭크업’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27일 '왕을 찾아서' 촬영 종료를 알리는 기념사진을 촬영한 배우 구교환, 박예린, 서현, 원신연 감독(왼쪽)의 모습. (위지윅스튜디오)
버튼을 누르는 형태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오래인 영화 현장인 만큼 업계의 고전과 전통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관행으로 사용해온 표현일 텐데, 우리말로 대체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표현은 한층 간편해진다. ‘크랭크 인’은 ‘촬영 시작’, ‘크랭크 업’은 ‘촬영 종료’다. 경우에 따라 “’왕을 찾아서’ 촬영 마쳐” 등의 서술형 문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