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이끄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지 4일 만에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를 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잇따른 실책에 혁신위 동력마저 상실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마음을 상하게 해드려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며 실언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란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논란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한노인회 등에서는 ‘참정권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사과와 김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에 전날 김 위원장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과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날 아침이 돼서야 그가 당사에서 열리는 혁신위 정례회의 전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신 차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면서 “손찌검은 하면 안 되니 사진에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사진 속 김 위원장 볼을 4번 때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혁신위 논란에 당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의를 떠나서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당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혁신안 마련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데, 너무 전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게 있었다. 앞으로 노출도 줄이고 혁신안 마련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바로 사과를 했으면 됐을 일인데, 늦어지면서 일을 키웠다”며 “혁신위를 만들 시점도 아닌 때에 혁신위가 출범해서 안그래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인데,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가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 하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직접 사과를 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에 연이어 김 회장과 만나 “회장님 말씀 아프게 받아들인다, 감사하다”며 “(말씀) 그 안에 애정 있는 충고도 있고, 우리 당에 대한 명확한 지적도 있다. 저희에게 다 약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제는 혁신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와 동시에 혁신위 무용론까지 제기된 점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얼른 사과했으면 될 일을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고,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기름을 끼얹어 일을 키운 거 아닌가”라면서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속에 혁신위를 만들어봐야 지도부 눈치 보는 혁신위가 무슨 혁신위가 되겠나”고 한계를 지적했다.
혁신위는 민주당 지도부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이지만, 오히려 당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까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한 번 ‘이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