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하는 이유

입력 2023-08-06 17:00수정 2023-08-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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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5.3%…점유율도 1.5% 포인트↓
전체 통계에 전기차 PHEV 포함돼
中 인기인 '저가형 소형 전기차' 부재
美서는 IRA 규제 탓 세제혜택 못 받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가 작년보다 약 42%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증가율은 5%대에 머물렀다. 점유율도 1.5%포인트(p) 하락한 4.3%에 그쳤다. 왜일까?

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지난해 동기 대비 41.7% 늘어난 616만1000대로 집계됐다.

1위는 중국 BYD는 작년 상반기(약 643만 대)보다 100.1% 증가한 1287만 대를 판매했다. 2위 테슬라(57.4%)와 3위 중국 SAIC(27.7%)도 성장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약 266만 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약 253만 대) 대비 5.3% 늘었다.

한국자동차공학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순위 하락에는 다양한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PHEV는 여느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다만 주행 중 배터리를 중전하는 게 아닌, 충전 케이블을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덕분에 초기 50km 안팎은 오롯하게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다. 다만 급속 충전이 불가능하고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사진제공=볼보코리아)

◇전기차 통계에 포함된 충전식 하이브리드

먼저 이번 통계에는 충전식 하이브리드, 즉 PHEV가 포함됐다. 전체 전기차 판매와 PHEV 통계를 구분하지 않아 실제 순수 전기차 판매 추이는 알 수 없다.

PHEV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다만 일반 하이브리드가 주행 중 60V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달리 PHEV는 전기차처럼 플러그로 충전한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초기 50km 안팎을 전기차처럼 달린다. 배터리를 소진하면 내연기관이 개입한다. 이때부터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급속 충전도 불가능하다.

유럽에서는 전체 판매모델 가운데 일정 비율을 친환경차로 채워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유럽 제조사가 앞다퉈 PHEV를 출시했다. 시장 수요보다 정책 대응 차원에서 등장한 차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PHEV를 건너 뛰고 곧장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PHEV 제품군을 합산한 통계에서 순위가 하락한 이유다.

▲중국은 지역별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순수 전기차의 경우 이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덕분에 500만 원 안팎의 차 가격을 바탕으로 1회 충전으로 200km 정도를 달리는 저가형 소형 전기차가 인기다. 사진은 인기모델 울링 미니EV 모습. 현재는 에어EV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출처=中울링모터스)

◇저가형 전기차 시대 본격 개막

상위 10개 제조사 가운데 중국 기업이 5곳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제한한다. 이와 달리 순수 전기차 등록은 자유롭다. 전체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하는 배경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글로벌 전체 전기차(PHEV 포함) 시장 616만 대 가운데 58%는 중국에서 팔렸다. 세계 시장에서 고가 전기차보다 소형 전기차가 많이 팔린 요인이다. 소형 전기차는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사용한다. 자연스레 원가 경쟁력도 높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소형과 저가형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반면 북미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는 고성능과 대형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이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참석해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부진보다 경쟁사의 약진

이처럼 중국 제조사는 자국 시장을 대상으로 저가형 소형 전기차에 집중한다.

테슬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주의’ 정책에 힘입어 IRA 세제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럽 제조사는 전기차보다 여전히 PHEV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PHEV 포함된 통계에서 부진한 점유율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경차 캐스퍼를, 기아는 레이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를 선보인다.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생산이 필수지만 노조 동의 등을 넘어서야 한다. (사진제공=현대차)

◇제품의 다양화 및 현지 전략형 모델 강화

결국,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제품 다양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 등 경차 바탕의 파생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노조 동의 등을 거친다면 소형 전기차 해외 생산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가 한때 저가형 배터리라고 폄훼했던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주행 거리 등에서 불리하겠지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소형 전기차가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전체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60%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국내 기업은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하고, 차종이 다양해지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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