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저성과자에 ‘감봉ㆍ정직’ 처분…불복 직원이 소 제기
法 "발명에 기여 없어…기회 줬지만 근무 성적ㆍ태도 개선 안 돼"
9년 연속 인사평가에서 하위점을 받아 감봉ㆍ정직 처분을 받은 현대자동차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징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현대차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는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수행 능력과 근무 태도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역량향상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ㆍ이하 PIP)’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체 간부사원 약 1만2000명 가운데 최근 3년간 인사평가 결과 하위 1~2%에 속하는 간부사원들에 대해 소속 부서장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PIP 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차 구동시험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 연속 PIP 대상자로 선정됐다. A 씨는 PIP를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량이 개선되지 않아 '근무 성적 및 근무 태도 불량' 등을 징계 사유로 총 4번에 걸쳐 감봉ㆍ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2014년 5월 디젤매연필터(DPF) 관련 발명제안서를 회사에 제출했고, 현대차는 이를 기초로 한 특허발명을 출원ㆍ등록했다.
A 씨는 2018년 9월 회사가 자신의 발명제안서를 적용한 엔진을 자동차에 장착해 양산ㆍ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며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 현대차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20년 12월 A 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A 씨가 이 사건 발명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재판부는 심리하지 않고 기각(심리불속행)했다.
이에 A 씨 측은 회사가 적용할 것을 지시한 R엔진 차량은 환경부 검사 결과 결함이 확인돼 리콜됐지만, 자신이 개발한 A2E5 엔진 차량은 리콜을 면해 피고의 손해를 예방했다고 주장하며 재차 징계 무효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원고는 피고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불이행한 것이 아니고, 원고의 근무 성적이나 근무 태도가 불량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징계 처분은 그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가 행한 인사평가나 PIP 대상자의 선정 이후 이뤄진 교육 및 평가에 따른 징계위원회 회부까지의 과정이 피고(현대차)의 인사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결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이어 "원고의 직무역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을 넘어 피고가 부여하는 직무를 수행하기에 실질적으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됐으며 피고가 PIP 및 직무 전환배치 등으로 원고에게 개선의 기회를 충분히 주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 씨가 주장하는 A2E5 엔진 관련 주장도 배척했다. 항소심 법원에서 A 씨가 발명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취지를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A2E5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 리콜을 면해 피고의 손해를 예방했음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의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