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광고비 50% 판촉비 150% 급증 불구...맥주 매출 3.8% 증가 그쳐
켈리에 따른 테라 수요 감소 '카니발리제이션' 현실화 평가도
하이트진로 "카니발리제이션 없다"…우려 선긋기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선보인 새 맥주 ‘켈리’의 첫 성적표가 공개됐지만, 회사 전체 맥주 부문 매출을 크게 견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비용 투자 대비 매출 확대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자, 주류업계 일각에선 하이트진로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이 현실화 됐다는 분석이다. 자기시장잠식은 신제품 출시로 인해 기존 제품의 판매량이나 매출, 시장점유율 등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됐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97% 줄어든 641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19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0.9% 급감한 수준이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지난 4월 출시한 맥주 신제품 ‘켈리’ 출시 효과가 반영된 첫 성적이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올해 야심차게 들고 나온 맥주다. 자사의 또 다른 맥주 브랜드 ‘테라‘와의 카니발리제이션 우려가 있었지만, 오비맥주 ‘카스’ 등을 제치고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5월 기자들과 만나 “카니발리제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이런 자신감은 2분기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매출은 2112억 원으로 작년 동기 3.8% 상승했다. 이를 두고 주류업계는 켈리 신제품 출시 효과가 기대에 못미쳤다고 본다.
하이트진로가 켈리 출시 이후 대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쓴 것에 비해 맥주 매출이 소폭 상승한 탓이다. 실제로 2분기 기준 하이트진로의 광고선전비는 7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2%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도 12.2%로 4.2%포인트 증가했다. 판매촉진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0% 급증한 20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켈리의 광고 모델로 대세 배우 손석구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름 성수기 직전인 6월엔 대대적인 유통채널 판촉전도 펼쳤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켈리 등 하이트진로 제품 5만 원 이상 구매 시 신세계상품권(5000원) 증정한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은 대폭 썼지만, 2분기 맥주 매출 상승 곡선은 완만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켈리는 출시 99일 만에 1억 병이 판매됐다. 5월에는 누적 기준 104만 상자를 판매했다. 이는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 기간 100만 상자를 돌파한 테라보다 3일 앞선 성과다.
켈리의 매출 성과에도 2분기 하이트진로의 전체 맥주 매출이 소폭 성장했다는 건 그만큼 테라의 매출이 빠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테라 매출이 견고했던 전년을 기준 삼아 올해 켈리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면, 올 2분기 맥주 매출 신장률은 3%대보다는 더 높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카니발리제이션이 현실화됐다는 뜻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성공 여부는 기존 제품 매출이 빠지지 않고 새 제품 출시 이후에도 큰 성장을 했을 때 유의미하다”면서 “(하이트진로가) 2분기 마케팅 비용은 대대적으로 썼지만 미미한 맥주 매출이 나왔다면 새 제품이 기존 제품을 능가하지 못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측은 자기시장잠식 발생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맥주 시장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7월, 8월 매출이 3분기에 반영되는 만큼 마케팅비 투자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카니발리제이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신제품 켈리를 비롯해 테라, 참이슬 브랜드 지배력이 견고해 하반기에는 전체 매출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