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의료진 과실 없어…최선의 조치 다해"
대동맥판막 협착증(aortic stenosis,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을 진단받은 뒤 치료 과정에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졌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병해 치료를 받다가 뇌경색으로 인한 뇌병변 장애로 의식 저하, 사지 마비, 인지 저하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된 환자 A 씨가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2017년 2월 피고(삼성의료재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보름 뒤 A 씨는 대동맥판막을 기계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 등을 받았다.
수술 뒤 갑자기 A 씨의 혈압이 오르면서 인조혈관과 대동맥 근부를 봉합한 지점에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 의료진이 인공심폐기(심장 수술을 할 때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기계)를 통한 응급 처치를 했지만 지혈이 잘 안 됐고, 결국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A 씨에게 섬망(delirium, 심한 과다행동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상태)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뇌 MRI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A 씨에게 급성 뇌경색 소견이 확인됐다.
A 씨 측은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이 경합해 원고에게 뇌경색으로 인한 뇌병변 장애가 남게 됐다"며 수술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장시간 인공심폐기 사용은 수술 후 뇌경색 발병의 위험 요인이므로 사용 시간을 최소화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해 뇌경색이 발병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뇌경색이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에게 급성 뇌경색이 관찰됐다는 소견만으로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 측이 주장하는 장시간 인공심폐기 사용에 의한 과실 주장도 배척했다.
흉부외과 감정의에 따르면, 심장 수술 시 인공심폐기 사용 시간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출혈이 심해 인공심폐기 사용을 하지 않고는 지혈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인공심폐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원고의 대동맥 근부 봉합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자 인공심폐기를 재가동한 후 심정지액을 주입해 심장을 정지시키는 방법으로 출혈을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장기간 인공심폐기 가동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출혈이 심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인공심폐기를 재가동한 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의 수술 부위 상태를 확인한 후 이에 대해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