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16~18일 호남行…'보선' 강서서 호남 원로 만찬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호남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하면서 '포스트 이재명' 준비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은 17일 전남 순천에서 "제2의 김대중(DJ) 정신이 필요하다", "민주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사실상 대안 주자로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광주·전남 등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강연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런 시기에 제2의 김대중 대통령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어려운 지경"이라며 "동지들이 민주당다움을 회복하리라 기대하고 싶다"고 했다.
16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자당에 대해 "도덕성, 유능함을 동시에 갖춘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리고 있다"며 "제2의 DJ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18일)에는 신안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최근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한 이 대표의 흔들리는 리더십과 맞물리면서,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차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지만 궐 밖 대표 노릇을 해선 안 된다"며 "(이 전 대표는) 적극적인 투쟁 활동에 이 대표와 단결해서 나가야 한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오는 21일 서울 강서에서 호남향우회 간부급 원로들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임에 참석하는 관계자는 "정치적 논의 없이 가볍게 식사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강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10·11 보궐선거(강서구청장)가 열리는 데다 야권 핵심 지지층인 호남 유권자 비중이 높은 지역인 만큼,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다만 비공개 회동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자 내부적으로 순연 가능성이 거론된 것으로 파악됐다.
호남 출신 야권 관계자는 지난 16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각 지역 측근을 연결고리로 눈에 띄지 않게 호남 분들을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호남에서 다음 정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고 전한 바 있다.
전문가는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체재'로 인정받기 위해선 대선 경선을 전후로 흔들린 호남 기반 회복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선 튼튼한 지역 기반이 있어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무너진 호남 기반을 회복하려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라며 "강서는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선거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많이 심지 못하면 다음 대선도 희망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