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찾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 랜드500 은평점. 가전제품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로 평일 오전임에도 매장은 제법 북적였다. 휴대폰, PC 등 소형 가전들이 있는 1층이 들어서자 한산한 다른 가전 양판점들과는 달리 이곳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한창 제품을 설명 중이었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 특성상 40~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여러 물건을 둘러보기보다는 온라인에서 미리 알아본 제품이 있는 곳으로 곧장 발걸음 했다. 그러고는 실제로 온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한지 따져가면서 제품을 살폈다.
전자랜드는 수익성 악화 돌파구로 오프라인 채널 강화하며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유로 회원제 오프라인 매장 랜드500을 선보였다. 1호점인 인천시 계양구 ‘LAND500’ 작전점을 시작, 지난달 17일 문을 연 은평점은 벌써 전국 7번째 매장이다. 은평점은 약 200평 3층 규모로 기존 전자랜드 매장을 랜드500으로 새로 꾸며 다시 오픈했다. 매장 관계자는 “개점 당일만 150팀이 넘게 방문하는 등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고객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결정이 빨라지면서 구매 상담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1층에는 PC와 휴대폰 등 IT, 소형가전 제품을, 2층은 500여 가지의 온라인 최저가 도전 상품들과 전시 특가존을 구성했다. 3층에는 브랜드 특별관을 구성해 고객들이 브랜드별 패키지 가전을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물건을 살펴보고 체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료 회원제 매장인 만큼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랜드500클럽 유료회원 가입이 필수였다. ‘랜드500 클럽’에 가입하면 500여 가지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연회비는 스탠다드 3만 원, 프리미엄 5만 원 스탠다드는 구매금액의 0.5%, 프리미엄은 1.0%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평점은 오픈 행사로 500원에 유료 회원 가입을 받고 있었다.
전자랜드가 강조하는 랜드500의 또 다른 강점은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해도 가장 싸다는 것. ‘네이버 쇼핑 99,000원/08.09 기준’이라고 적힌 청소기는 이곳에서 79,000원에 팔고 있었다. 온라인 최저가와 비교해 20%가량 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제품을 현장에서 바로 사가는 이들이 많았다. ‘오프라인에서는 물건을 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해야 한다’라는 최근 소비 패턴을 깬 것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네이버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매주 한 번 씩 업데이트해 최저가로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다량 구매같이 전략적으로 매입해서 이윤을 좀 덜 보더라도 판매를 싸게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대부분 제품의 가격이 온라인 최저가인 것은 맞지만 모든 제품이 최저가는 아니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실제 반응은 어떨까. 물건을 둘러본 고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눈으로 보고 바로 살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을 꼽았다.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한 최은정(가명•60)씨는 “온라인이 편리하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가전만큼은 이왕이면 눈으로 보고 사야지 않겠느냐”면서 “온라인으로도 가격을 미리 알아보고 왔는데 가격이 괜찮아서 구매했다”고 만족해 했다. 유료 회원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씨는 “이번엔 행사 기간이라 500원만 주고 회원 가입을 했는데 나중에 제값을 주더라도 1년에 한 번 내는 것인 만큼 큰 부담이 안 돼 계속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김지수(가명•50)씨도 “가전은 한 번쯤 보고 사야 하는데 가격이 괜찮아 냉장고를 바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꼭 큰 가전 아니더라도 종종 물건을 사기 때문에 회원을 가입해 둬도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고객은 가격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리는 이도 있었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사러 왔다는 박유정(가명•63)씨는 “휴대폰으로 원하는 상품을 바로 알아보니까 카드 혜택까지 받으면 온라인이 좀 더 저렴한 것 같다. 일단 좀 더 알아보고 와야겠다”라며 자리를 떴다.
이같이 전자랜드가 유료 회원제 오프라인 매장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넘어간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현재 전자랜드는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 72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전자랜드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 최저가 콘셉트를 적용하고, 앞서 유료 회원제를 도입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처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랜드500은 이달 초 취임한 김형영 전자랜드 대표의 1호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 상무였던 김 대표는 이번 랜드500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유료 회원제 오프라인 매장 통해 실적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자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가전 시장에서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경쟁사인 롯데하이마트는 체질전환을 통한 실적개선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만 24개 점포를 정리하는 등 전자랜드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가전양판 업계 자체가 불황인 상황에서 몸을 웅크리는 전략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적극적으로 늘려 고객들을 매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며 “앞서 오픈한 랜드500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랜드500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