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코트 개혁에 비판적…“尹과 친하다고 볼 수 있다”
내년 대법원 구성 ‘보수화’…파견계약 등 노조 판결 관심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내 보수 성향 법관으로 평가된다. 지난 6년간 ‘김명수 코트’(Court)가 추진한 개혁 방향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변화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이 부장판사 지명을 발표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도 추천된 바 있지만, 당시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 엘리트 모임으로 불리는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 모임에서 인사가 지명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수 색채를 가진 후보자가 기울어진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고 지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대전고등법원장이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잘 아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친하다고 볼 수 있나’라고 거듭 묻자 이 후보자는 “친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법원 내에서는 소신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2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 당시 “사법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하면서 일본의 사법개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판결문에 ‘징역 ○월’로 쓰지 않고, ‘징역 O개월’로 표기한다. 해당 달만 징역형에 처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등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일본 법조계에서 먼저 시작된 ‘쉬운 판결문 쓰기’ 운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한다.
2016년에는 투레트증후군(틱장애)을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한 행정처분이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기도 했다. 장애인 인권을 신장하는 판결로 이 후보자는 2021년 장애인인권디딤돌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판결 등을 토대로 “이 후보자가 장애인 권리를 대폭 신장하고,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기존 사법부 방향에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노동 관련 사건이다. 김명수 코트는 상징성이 큰 노동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려 진보적 판결을 이끌었다.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유사한 ‘불법파업에 동참한 노동조합원의 개별적 책임 정도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판결,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수 없다’는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당장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을 시작으로, 전체 14명의 대법관 중 6명이 교체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전원합의체(법원행정처장 제외)가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꼭 보수 진보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법원이 보수화되면 앞서 상징적이었던 노동계 판결도 점차 뒤집어질 수 있다”며 “이 후보자는 이전 대법원의 사법개혁에 저항했던 인물로 기억하는데, 노동 친화적이었던 판결은 잘 못봤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 임기는 다음달 24일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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