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달러ㆍ유로화 대체 통화로 위상 높이려는 의도
중국 대형은행 4곳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교와 공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까지 14개월간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중국 4대 시중은행의 러시아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가 4배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14개월 전 22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대였던 이들 4개 중국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 총액은 3월 말 기준 97억 달러로 늘었다. 이들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곳은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으로 이들 2곳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88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빈자리를 중국 은행들이 파고든 결과다. FT는 이러한 중국 은행들의 움직임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의 대체할 기축통화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 수출 대금 결제 중 60%가 달러나 유로화였으며, 위안화는 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위안화 비중은 16%까지 늘어났다. 위안화 거래 증가로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액도 185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안드리 오노프린코 키예프경제대학교 교수는 “중국은행들이 러시아 은행과 금융기관에 대출해준 케이스는 대부분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화를 대체하는 경우”라면서 “이는 서방의 제재가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