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사외이사가 93%, 내부 여성인재 육성하려는 노력 뒷받침돼야
4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국내 여성이사 선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 기업 180곳 중 8곳은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에 여성 1명을 선임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주권상장법인(금융회사의 경우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으로 함) 중 이사회가 남성 이사로만 구성된 기업의 경우 최소 1인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실제 법으로 정례화한 이후 여성 이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9년 여성 이사를 선임한 상장기업 수 409개사(19.22%)였다. 올해 1분기에는 677개사(28.91%)까지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성 직위 대부분이 사외이사에 국한돼 있다. 같은 기간 여성 사내이사 수가 20% 증가한 데 반해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3.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자본시장법 준수를 위해 단기간 내 여성 임원을 선임할 때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로 영입하기가 더 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결국, 계약직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임시방편일 뿐 내부 여성 인재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법적 요건을 쉽게 충족하기 위해 성별 외에 다른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사외이사 1인을 형식적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현지 한국ESG기준원 책임투자본부 책임투자팀 연구원은 “이사회 관점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기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보유한 외부 여성 인사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여성 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경우 벌금이나 시정명령 등의 구체적인 제재가 규정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구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인한 기업 명성 훼손 및 투자 배제 등의 부정적 영향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