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사흘째인 7일 열린 경제 분야 질의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기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수산업계 피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두고 인식차를 드러냈다.
양측은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해결 방법에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날 가장 먼저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사실을 지적하자, 한덕수 총리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코로나19 등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았던 탓으로 평가했다.
박 의원이 재차 우리나라 경제 회복이 유독 느린 점을 들어 ‘재정지출 확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한 총리는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재정건전성 중심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부채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세수 적자인 상황에서 추경으로 추가적 지출을 하는 건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과학기술계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효율적으로 혁신과 기술력을 높이는 데 달려있다”고 답했다. 그는 “(R&D 예산이) 10% 줄었지만 전체적 기술력과 혁신의 동인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정부가 허리띠 졸라맬 생각은 안하고, 왜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라고 강요하냐”고 지적하며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민생에 도움이 되는 건지를 거듭 물었다. 한 총리는 “경제를 경제 논리대로 운영하겠다는 비장한 대통령의 의지”라고만 해석했다. 또 그는 고용시장이 매우 “‘핫(hot)’하다”며 확신에 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 오염수 방류와 그로 인한 수산업계 피해 지원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허위, 거짓 선동 확대로 100일 동안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3조5000억 원의 피해액이 생겼다”며 지금의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고, 한 총리도 “그렇다”며 공감을 표했다.
정부 측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 의원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불러 “일본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 불안으로 어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냐”고 묻자 조 장관은 “전복, 우럭 등 품종별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은 있지만, 수산물 소비가 크게 감축되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SOC 사업비가 78% 삭감된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 측은 재정건전성과 효율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북 전주시를 연고로 둔 정 의원은 “국가정책사업인 새만금 사업이 잼버리와 연관돼 정쟁과 논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예산 정상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 같은 삭감은 “잼버리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도 “입주기업 지원과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은 기본계획수립 이전에라도 집중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