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백 명 동원해 조사했지만 증거 단 한 개도 못 찾아”
쌍방울 연결고리 지목된 이화영, 재판서 증거 채택 ‘부동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마쳤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여섯 번째 소환조사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끝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22분쯤 재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에 도착해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 검사 수 십명, 수사관 수백 명을 동원해 수백 번 압수수색하고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방문에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한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며 “국민이, 그리고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다.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 방북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쌍방울그룹과 연결 고리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추가 기소하고, 4월엔 제3자뇌물 혐의로 추가 입건해 조사해왔다. 이어 지난달 22일 이 대표도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9일 첫 번째 소환조사에서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나 대북사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의자 신문 조서 열람을 하다가 본인의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다며 서명을 거부하고 11시간 만에 귀가했다.
검찰은 이날 1시간 50분 만에 2차 조사를 끝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추석 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21일과 2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앞서 검찰 측은 7월 중순경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대북송금 의혹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재판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해당 조서에 ‘부동의’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에 이 전 부지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엇갈린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부동의’ 의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 같은 결정이 이 전 부지사와 협의된 부분인지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압박에 따라 거짓 진술을 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검찰 측은 “(변호인의 주장이) 피고인의 진위에 맞는 것인지, 도대체가 임의성을 부인하는 것에서 그 범위와 의미는 무엇인지 상당한 의문이 생긴다”며 “이게 과연 피고인을 위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 위한 건지 굉장히 의심 많이 된다”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