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병협 헌법소원 제기…“신뢰성 회복에 도움” vs “필수의료 붕괴할 것”
병원 내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가 이달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사단체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수술 CCTV 설치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5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개인정보 유출,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료단체는 입장문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이 의사 등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의료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수 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의료단체는 “CCTV 설치 의무화가 외과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고 해킹 범죄에 의해 수술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본격 시행에 앞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의사단체에 유감을 표명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내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등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법안이 발의됐다”면서 “법안 심사과정에서 의사단체의 요구가 강하게 받아들여져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참여 수술 등 폭넓게 허용되며 입법 취지를 반감시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수술실 CCTV 설치의 목적부터가 잘못됐다”며 “대리 수술을 잡으려는 목적이었는데, 환자의 수술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A 씨는 “CCTV 영상 저장·운영을 위해서도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고, 만에 하나 녹화가 안 됐을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누가 하겠느냐.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의사를 적대시하고 옭아매려고 하는 정책만 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하려는 의사는 이제 없을 것이다. 개원가에서는 CCTV 때문에 수술실을 없애는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힘찬병원은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힘찬병원은 2021년 같은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대리 수술 논란이 일자 병원 경영에 위협을 받게 되면서 수술실 CCTV를 설치했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병원장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의료진 대부분도 처음에는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CCTV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대리수술로 무너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하루빨리 회복돼 CCTV가 필요없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