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은행장 출석 가능성도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권을 향한 국회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만큼 더 날 선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잇따른 내부통제 사고로 인해 금융지주 수장들의 줄소환마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에서 ‘2023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계획서 채택 △서류제출 요구 △증인 출석요구 등 3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날 증인 출석요구 안건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공기관 등 증인 282명에 대해서만 통과시켰을 뿐, 일반 증인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반증인 및 참고인 채택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마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다”며 “잠정적으로 25일 오후 3시 일반 증인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 단연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것은 내부통제 사고다. 금감원은 20일 BNK경남은행에서 15년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횡령사고를 저지른 금액이 조사 결과 2988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금융권 횡령사고 중 규모가 가장 크다.
KB국민은행에선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고, DGB대구은행에선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주식계좌 1000여 개 불법 개설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내부통제 사고의 책임을 물어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국감 증인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출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 출석을 피했다. 당시 금융지주 회장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잡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IMF, WB 연차총회가 다음 달 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5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릴 예정인데, 올해도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참석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다음 달 11일(이하 한국시간)과 17일로 예정된 금융위, 금감원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하기 어렵다.
결국,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에도 정무위 국감에선 은행권의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행장들을 증인으로 모두 소환됐다. 5대 시중은행장이 국감 증인으로 모두 출석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도 내부통제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부통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은행권에서 약속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질타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밖에도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강화 문제, 라임 사태 재조사 발표 문제, 보험사의 실적 뻥튀기 문제 등이 올해 정무위 국감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