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CJ복합물류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수개월째 잠잠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이 등장하며 취업특혜 의혹이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갔다는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일부 사건 관계자들은 이미 재판에 넘겨져 공판이 진행 중이다.
취업특혜 의혹은 한때 반부패수사2부에서 한창 수사하던 사건이다. 검찰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대희 전 군포시장의 비서실장과 이학영 의원 보좌관이 특정인 취업을 위해 한국복합물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한국복합물류는 CJ대한통운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다만 한국철도도시공단과 국토교통부가 소유한 부지에서 복합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관행적으로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이 고문을 맡았다. 이 의원은 한국복합물류가 있는 경기 군포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복합물류센터는 수도권 택배가 몰린 탓에 교통 체증에 대한 민원이 심각해졌고, 군포시와 업체 모두 고심을 거듭해왔다. 검찰은 이 의원이 ‘물류센터 이전 추진’ 등 현안 해결의 대가로 한국복합물류에 취업을 청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군포시청을 시작으로 이 의원의 주거지와 지역구 사무실, 국회 소통관 내 의정자료유통시스템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 한 전 시장과 전 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3월에는 한국복합물류와 모기업인 CJ대한통운 사무실, 임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인사 관련 자료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수사가 멈춰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초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이뤄졌지만, 정작 이 의원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연루된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이 등장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 사건이 뒤로 밀렸다는 말들이 나온다. 돈봉투 의혹 사건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현역 의원 열댓명이 연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검찰 입장에서는 더 시급하고 크기가 큰 사건을 먼저 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당장 혐의 입증이 더 수월하고 범죄의 중대성이 더 확실한 사건인 돈봉투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다보니 취업특혜 사건은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나 송영길 전 대표 캠프에서 역할을 한 박 모 보좌관 등 사건 관계자들 모두 재판으로 넘어간 뒤 돈 봉투를 주고받은 상황에 대해 대체로 일치된 증언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피의자들이 서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업특혜 의혹 사건은 다음 순서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돈봉투 의혹이라는 사건에 먼저 집중하다보니 수사 인력의 한계 등의 이유로 빠른 처리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검찰 밖에서는 애초에 취업특혜 사건 자체에서 검찰이 성과를 내기 어려워 뒤로 밀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취업특혜 사건 자체가 애초에 크게 혐의 입증이 어렵고 검찰과 피의자 측 주장이 엇갈리는 면이 많았다”며 “이학영 의원이나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야권 핵심 인사를 찔러야 하는데 거기까지 수사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기소를 하더라도 불구속 기소로 가볍게 끝낼 사안이다 보니 조용해진 면이 있다. 마침 돈봉투 의혹이 터지며 자연스레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