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투자자들이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이차전지를 대거 사들였으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증시 상승세가 꺾인 8월 이후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종목들이 최대 ‘반토막’ 나면서다. 증권가에선 이차전지 종목들의 3분기 실적을 낮춰잡고 있으나 내년 상반기 이후 이익 회복을 점치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이후 국내 ETF 시장에서 하락률 1위 종목은 에프앤가이드(FnGuide) 이차전지 산업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50.24%)’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217억 원어치 사들였다. 해당 ETF는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등 주요 이차전지 종목들을 담고 있다.
같은 기간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ETF’는 49.06% 하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이 상승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도 2배를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FnGuide 이차전지핵심소재1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Fn ETF’는 29.7% 하락했다. 이외에 ‘KODEX 2차전지산업 ETF(-28.23%)’, ‘TIGER 2차전지소재Fn ETF(-27.47%)’ 등 두달새 이차전지 관련 ETF들이 하락률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8월 이후 국내 ETF 1조4063억 원 사들였다. 기관 투자자들이 1조7510억 원 가량 순매도 한 물량을 받았다.
ETN 시장도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약세가 이어졌다. KRX 2차전지 K-뉴딜 레버리지 지수를 추종하는 ‘KB레버리지 KRX 2차전지 K-뉴딜 ETN’은 49.67% 하락, 이 기간 동안 ETN 종목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 레버리지 KRX 2차전지 K-뉴딜 ETN(-48.87%)’, ‘삼성 KRX 2차전지 K-뉴딜 ETN(-27.05%)’도 내렸다.
증권가에선 증시 변동성 높아진 만큼 이차전지가 출렁일 가능성을 경고한다. 특히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 확대, 설비 과잉 평가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이후 이익 회복을 점치는 분석도 나온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주 하락은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인한 출하량 감소 및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인하로 3분기 실적 우려 확대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및 양극재 가격 하락이 재고평가손실로 반영되면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률은 3%까지 하락이 예상된다”며 “3분기 추정 실적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578억 원으로 컨센서스 1058억 원을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가격이 3분기에도 하락을 이어가 내년 상반기까지의 영업이익 추정치 22% 하향한다”며 “다만 하반기 판가 하락과 재고조정을 겪고 나면 이익은 회복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