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신흥시장 ‘흔들’

입력 2023-10-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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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두바이 증시 2~3%대 하락
국제유가는 4%대 급등
신흥국 ETF, 한 주간 4.2조원 빠져나가
대표적 안전자산 金 강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 발생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가자지구(팔레스타인)/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신흥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분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신흥국·개발도상국 자산 투매가 심화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 중동 증시는 폭락하고 외환시장이 흔들렸다. 튀르키예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BIST100지수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종합지수(DFM)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21%, 2.61% 급락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신흥국 통화 중 하나인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당 1.4%까지 내려간 뒤 글로벌 시장 전반의 위험 심리가 개선되면서 반등했다. 전쟁으로 중동 주변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4.3% 급등한 배럴당 86.38달러로, 브렌트유는 4.2% 뛴 배럴당 88.15달러로 마감했다.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신흥시장이 최근 가뜩이나 흔들리는 가운데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개도국 주식과 채권 전문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에만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인 31억2000만 달러(약 4조2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5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향후 5년간 신흥시장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부터 채권자들을 보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5주 연속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긴 기간 상승세다.

중동에서의 갈등 고조는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7월 말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만 1조67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1.04% 오른 온스당 1864.3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란의 하마스 공격 개입설에 불이 붙게 되면 신흥국 자산에 대한 수요는 한층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모넥스의 사이먼 하비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쟁 영향이 국지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면서도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더 큰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조치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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