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오범죄 1만1643건
아시아인 상대 범죄 34%↓
반(反)유대인 증오범죄 증가
미국 현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불특정 아시아인을 상대로 급증했던 이른바 ‘증오범죄(Hate Crime)’가 감소했다. 반면 유대인에 대한 폭력 및 증오범죄는 오히려 25% 수준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까지 확산 중이다. 최근 전쟁까지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이 사회현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2022년 범죄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총 1만1643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범죄 대상으로는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3424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유대인(1124건)과 △남성 동성애자(1077건) △백인(966건) △히스패닉(738건)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불특정 아시아인을 상대로 급증했던 증오범죄는 지난해부터 감소했다. 전년(753건) 대비 약 33% 감소한 499건에 그쳤다.
앞서 코로나19 펜데믹 직전,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단편적 사실만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와 증오가 확산한 바 있다.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감소하는 사이 유대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증가했다.
2021년 824건이었던 반(反)유대인 정서의 증오범죄는 지난해(1124건) 25% 수준 증가하며 1000건을 훌쩍 넘겼다. 거꾸로 반(反)이슬람 정서의 확산으로 인해 이들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도 158건이 기록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내고 “증오범죄의 수준은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내가 반아시아 혐오에 맞서기 위한 법안에 서명한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관련 범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실제로 미국 사법당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6살 소년이 증오범죄로 희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 경찰은 1급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조셉 추바(71)’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추바는 시카고 근교의 한 주택에서 6세 소년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은 물론, 소년의 어머니까지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증오범죄 혐의도 적용한 상태다.
뉴욕에 자리한 컬럼비아대는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뉴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로변에 위치해 평소에도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이다. 출입 통제는 한 이스라엘 학생이 전날 도서관 앞에서 폭행을 당한 이후 결정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각각 집회를 진행하는 도중 서로 충돌하는 사고도 속속 발생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반유대인 정서가 확산하면서 증오사건이 나흘 동안 무려 90건 가까이 발생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내 유대인 공동체 안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선단체 ‘커뮤니티 시큐리티 트러스트(CST)’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유대인 증오 사건이 89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된 21건보다 3.2배 많은 것이다. 7일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날이다.
89건 중 6건은 폭행이었고, 3건은 재산 피해였다. 욕설이 66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22건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CST는 “유대인과 재산, 기관을 향해 살해 위협과 욕설 등 증오를 표출하는 것은 반유대 인종차별 사건이자 증오 범죄”라면서 “실수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