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찾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1차 수사팀 검사 고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 전 본부장은 전날 공수처를 방문해 사건 담당인 이대환 부장검사를 만나 면담을 갖고 “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신속하게 수사하고 마무리해 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차 전 본부장이 공수처에 고발한 사건은 김학의 사건을 최초 무혐의한 검사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사건으로 다음달 10일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공소시효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소시효가 도과하기 전에 사건 처리를 서둘러 달라는 의미다.
앞서 차 전 본부장은 공수처에 사건을 고발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고발인 의견서를 제출해 왔는데, 이밖에도 추가로 제출할 부분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차 전 본부장은 사건 공소시효가 다가오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8월 초 (공수처가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했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진척될지 알 수 없는 저로서는 추석 연휴 동안 처음부터 염두에 둔 ‘플랜 B’인 재정신청서 작업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서울고법은 재정신청이 접수되면 3개월 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할 수도 있지만, 인용할 경우 공수처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통상 재정신청을 하려면 항고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공수처의 경우 항고 없이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하게끔 돼 있다.
공수처에서 해당 사건의 피의자인 검사들에 불기소 등의 처분을 내리면 차 전 본부장이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 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차 전 본부장은 7월 2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2013년 처음 수사했던 이른바 ‘김학의 1차 수사팀’ 검사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차 전 본부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르면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으면 특수직무유기가 되고 1년 이상 유기징역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2006~2007년 당시 검사 신분이던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2013년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는데, 직후 사건이 알려졌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성 접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특수 강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다시 사건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2019년 재수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윤 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또는 무죄 확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차 전 본부장은 1차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이 김 전 차관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차 전 본부장은 2019년 3월 해외 출국을 시도하던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차 전 본부장은 “이번 고발 사건과 제가 재판을 받는 것은 엄연히 별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