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km 이상
59억 달러 위에 ‘80억 달러’ 더 보태
추가투자 넘어 사실상 2배 이상 확대
‘EV 지각생’ 벗고 ‘게임 체인저’ 노려
일본 도요타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미국 공장에 80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 기존 투자 규모(59억 달러)를 크게 웃돌며 사실상 이 공장을 2배 넘게 키우는 셈이다.
도요타는 2025년 ‘꿈의 이차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전기차 시장 지각생’ 딱지를 떼고 ‘게임 체인저’를 앞세워 시장 1위를 겨냥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일본 도요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TBMNC) 설비를 애초 2개 라인에서 8개 라인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총투자 규모는 59억 달러에서 139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로 늘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파른 성장세가 꺾였다. 이런 상황에 도요타의 공격적인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는 여파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껏 하이브리드에 주력해온 도요타는 한국차와 독일차에 비해 전기차 개발 및 시장 진입에 인색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독일 폭스바겐 등이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개하고 차종 다양화를 추진한 반면, 도요타는 지난해 4월에서야 첫 번째 전기차를 출시했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를 고수해 왔으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지각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이번 추가 투자를 놓고 "토요타의 투자는 전기차 판매의 재증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들의 예측과 시장분석은 언제나 맞아떨어졌고, 이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들이 공언했던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자체 양산’에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이차전지’로 불린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게 특징이다. 1회 충전으로 8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한편, 급속충전 시간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보니 부품 가짓수도 줄어든다. 무게까지 덜 나가다 보니 배터리 효율성은 더 올라간다. 액체로된 전해질을 고체가 대신하다보니 화재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도요타는 시장 진입 초기 현재 통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등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업체에서 공급받는다. 나아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전고체 배터리는 자체 기술로 개발해 노하우를 갖추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고체 배터리 원천기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출원된 전고체 배터리 관련 국제특허는 도요타가 1311건으로 단연 1위다. 뒤이어 파나소닉(445건)과 이메디쓰코산(272건)도 일본 업체다.
결국, 미국 배터리 공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강점을 지닌 전고체 배터리까지 양산에 나서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시점(2025년)과 미국 공장의 준공 시점이 교묘하게 맞물리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실적 호조도 도요타가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도요타는 1일 엔화 약세와 신차 판매 강세에 힘입어 2023 회계연도 2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5.6% 급증한 1조4400억 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전년의 4342억6000만 엔에서 1조2780억 엔으로 급증했다. 매출은 24% 늘어난 11조4350억 엔에 달했다.
이에 도요타는 내년 3월 마감하는 2023 회계연도 전체 순익 전망치를 종전의 2조5800억 엔에서 3조9500억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이 맞는다면 도요타 순익은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다. 매출 전망은 전년 대비 16% 늘어난 42조 엔, 영업이익 전망은 65% 급증한 4조5000억 엔으로 각각 종전 예상치 대비 5조 엔, 1조5000억 엔 상향했다. 영업이익도 예상대로라면 일본 기업 최초로 4조 엔을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