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가결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도 속도를 내게 됐다. 3년여 간의 지지부진한 양사의 합병이 마침표를 찍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사 간 합병에 속도를 내게 되면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한숨 돌리게 됐다.
KDB생명 매각에 이어 HMM(옛 현대상선) 매각도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까지 무산됐으면 강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2일 공식입장을 통해 "아시아나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이사회 결정에 따라 시정방안을 제출한 이후부터는 경쟁당국보다는 양사의 이행노력에 심사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도 조속한 심사 종결을 위해 양사를 적극 직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양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여객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에 대한 분리 매각 방안과 EU 4개 도시 슬롯 이관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결의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부를 놓고 결론 없이 정회하자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 처리했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합병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한 숨 돌리는 모습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 자금으로 주는 1조5000억 원의 상당부분 영구채 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되고 나머지 부분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공적자금의 대부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산은은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결정한 것이 전반적으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보장하고 소비자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위해 아시안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이를 인수할 국내 기업을 찾기 어려운데다 아시아나 노조의 반대도 극심하다. 첫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 법무부(DOJ)와 일본 당국의 승인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산은 입장에선 반드시 양사의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자금만 3조3000억 원이 넘는다. 자칫 양사의 합병 계획이 틀어지면 공적작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혈세 낭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산은은 어디까지나 조력자 역할을 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 있어서 산은은 협조를 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 고비를 넘긴 만큼 EU 집행위원회, 미국 법무부(DOJ), 일본 당국의 승인 절차도 원만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