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A등급 신용도로 복귀한 대한항공이 공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4750억 원의 뭉칫돈을 쓸어모았다. 국고채 금리 급등과 기관들의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 등 녹록지 않은 최근 시장상황에서도 주력 부문인 국제선 여객사업의 정상화와 양호한 이익창출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 3사는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 안정적’으로 잇달아 상향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일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진행한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7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8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2년물에는 2700억 원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700억 원을 발행하는 3년물에서는 205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당초 모집 물량보다 많은 자금이 쏟아지면서 2년물과 3년물은 희망금리 대비 각각 -65bp(1bp=0.01%포인트), -45bp 낮은 수준에서 발행될 예정이다. 사전에 제시한 금리밴드 하단인 개별민평 대비 +30bp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2500억 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번 수요예측은 직전 발행이었던 상반기 수요예측과 비교해서는 3년 만기 규모에서 약 20bp 높은 금리레벨에서 발행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1500억 원 자금 모집에 2년물 기준 -55bp, 3년물 기준 -71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하반기 들어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시장에 퍼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크게 뛰어오른 탓이다. 전일 기준 금융투자협회가 최종고시한 국고채 3년물은 연 4.071%로 연초 대비 약 30bp 뛰어올랐다.
대한항공은 신용 3사로부터 기존 'BBB+'에서 'A-'로 일제히 신용등급이 상향된 상태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A로 복귀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7년 10개월 만이다. 화물 시황 둔화 등 비우호적 대외 환경에도 견조한 국제 여객 수요 회복세와 영업실적 호조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크게 안정된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말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 6조 원 이상으로 재무부담도 개선됐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 후에도 대한항공의 재무부담 상승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대한항공과 기업 결합을 위해 주요 전제조건으로 평가받은 화물사업부 매각안에 동의했다. 이에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내용이 담긴 최종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며 “남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