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등 “차이 큰 어린이집과 유치원, 합치려면 기준 필요해”
정부가 2025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기관을 출범시키기로 한 가운데, ‘유보통합’의 실행 방안을 두고 현장 유치원 교사와 유아교육 단체 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보통합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책임 부처 일원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서로 다른 체계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는다.
7일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와 보육학계, 유보통합국민연대 등 58개 단체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보통합의 실행을 위한 첫걸음인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국회에서 시작됐다”며 “이로써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뉘어 늘 정책 후순위로 밀려났던 영유아교육·보육을 한 부처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은 보건복지부의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단체가 정부조직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영유아교육·보육 관련 행정체계가 분산돼 있어 관련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유보통합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날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유보통합은 국정과제인데도 다른 정책과 달리 당사자인 영유아 부모들에게도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책임지는 부서가 없기 때문”이라며 “영유아기는 교육이 아닌 돌봄이라고 생각해 교육정책 수립과 논의 대상에서도 아예 배제돼 왔다”고 지적했다.
임재택 부산대유아교육학과 명예교수도 “사상 초유의 0.7이라는 출생률 앞에 대한민국 아이들이 사라지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텅 비어 폐원하는 기관이 줄을 잇고 있다”며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그 어디서도 두 기관의 수급 관리를 위한 기초 통계조차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행정 체제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유아교육과 보육 체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아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한다. 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지혜 국공립유치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법부터 정하게 되면 유초중등 예산에 투입되는 교부금이나 재정 지원 등을 어린이집에 지원하게 되는 근거가 생기는데, 어린이집은 학교 체제가 확립되지 않아 시설기준도 유치원보다 떨어지고 교원양성기간도 유치원에 비해 짧은 등 교사자격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고 기관 성격이 확연히 다른데 법부터 합쳐버리자는 건 오히려 불평등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등 유아교육 12개 단체는 “유아학교 체제에 기반한 유보통합 모델, 교사 자격 등 구체적 방안은 공개하지 않고 먼저 어린이집을 교육부로 이관하려고만 한다”며 정부조직법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