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스즈메' 역대 1위…국가적 비극 겪은 한국 관객도 공감
"간결한 이야기, 명확한 주제의식ㆍ결말이 흥행 이끌어"
올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스즈메의 문단속',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일본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도 이달 말 한국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12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무너진 국내 극장가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일본영화가 사랑받은 해였다.
먼저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올해 일본영화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의 꿈과 열정, 도전을 그린 영화로 만화 '슬램덩크'가 원작이다.
이 영화는 '슬램덩크 세대'가 아닌 10·20세대와 여성 관객들에게도 관심을 받았다. 이미 만화가 '짤방'과 '밈'으로 많이 소비돼 젊은 세대에게도 소구력이 강한 콘텐츠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화는 총 476만 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다.
이어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일본의 국가적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다. 누적 관객 수 556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 일본영화 중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는 영예를 안았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비슷한 국가적 비극을 겪은 한국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았다.
또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개봉한 '블루 자이언트'는 상영관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9만 명을 돌파하며 일본 애니의 힘을 보였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의 영화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키리에의 노래'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며 화제를 낳았다.
마지막으로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브로커' 등의 영화로 국내 팬층이 두꺼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29일 개봉한다.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이 작품은 올해 국내 일본영화 인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흥행 5위 안에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영화가 두 편이나 진입하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와 흥행을 기록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영화들은 대체로 비슷한 결을 보인다"며 "거장의 작품이라는 걸 제외하더라도 대체로 이야기가 간결하고, 주제의식과 결말이 명확하며, 교훈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0년대 말 일본영화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일본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에 매료된 세대가 나이가 들어 이제 경제력을 갖게 됐다"며 "이들의 향수와 니즈를 고려해 관련 영화가 수입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