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에 대한 중국 투자도 활기 잃어
하마스 비판 주저로 이스라엘 하이테크 부문 투자 기회 제한 가능성
중국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주선하는 등 중동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최근 10년간 중동에서의 투자와 무역, 영향력을 끝없이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한계가 뚜렷하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커지게 한 두 가지 핵심요소인 에너지 구매와 투자가 유동적이어서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떠오른 점에 주목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3분기 중국의 대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3분기보다 42%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라크에서의 수입은 6% 증가에 그쳤고 이전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었던 사우디로부터의 수입은 11% 감소했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용량 부족이 이런 추세 지속을 저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중동에서 해상으로 수입하기보다는 육상을 통해 러시아에서의 수입을 늘릴 것이라는 지정학적 논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WSJ는 진단했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대러 석유 수입을 더 확대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전반적인 경기둔화로 건설 관련 중공업 부문 성장이 정체되면 석유 수요 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중동에 대한 에너지 수입이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중동 경제에 대한 무한한 투자자로서 중국의 역할도 몇 년 전보다 불확실해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에 따르면 2021년만 해도 590억 달러(약 78조 원)에 달하는 일대일로를 중심으로 한 중국 해외 투자의 약 29%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부채 우려 등으로 일대일로가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체결된 일대일로 거래액은 약 400억 달러로 올해 전체적으로는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통상적으로 기록했던 연간 1000억 달러 이상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더 나아가 CEIC는 이스라엘과 이란을 제외한 중동 8대 경제국에 대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2021년에 전년의 약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아랍투자신용보증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자본지출 기준으로 최소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아랍 국가들에 대한 상위 10대 투자국에 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면서 이스라엘 하이테크 부문에 대한 투자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중국은 현재 이스라엘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