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8개월만에 최대 급락…달러 약세에 28.1원 ‘뚝’

▲7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41(2.33%)포인트 하락한 2443.96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10.6원 오른 1307.9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8.1원 하락한 1300.8원에 마감했다. 올해 3월 23일 29.4원(1307.7→1278.3원) 급락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 벌써 세 번째(3일 20.5원↓·6일 25.1원↓) 20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07.0원으로 장을 시작한 이후 1308.2원으로 오르며 하락폭을 좁히는 듯 했으나 이내 1200원대로 내려앉았다. 장중 저가는 1297.5원이다.

미 달러화 약세와 위험선호 심리 재개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기조가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3.2% 올랐다. 전월치 3.7%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였던 3.3%도 밑돌았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10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올랐다. 이 수치 역시 월가 예상치였던 4.1%를 하회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미국 CPI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피벗(정책 전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외부 행사에서 “상품 인플레이션이 이미 낮아지고 있고 비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통상 반영이 서서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추가 진전의 열쇠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주택 인플레이션에 일어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6일만에 환율이 1350원에서 1290원까지 내려간 경우를 보며 환율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빠름을 학습했다”며 “이번 역시 비슷한 속도로 진행될 경우 환율은 1300원 초반까지 갭다운 후 1290원대를 1차 목표로 하락 흐름 연출할 것이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10월 CPI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되살아나 달러화 약세로 연결됐다”면서 “며칠간 역외를 중심으로 포지션을 쌓아 올렸던 롱플레이 청산도 환율 하락압력 확대에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은행 S&T센터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결과 소화하며 하락 우위 흐름을 예상한다”며 “다만 금일 중국 10월 산업 생산 및 미국 10월 소매판매 발표 경계감 및 저점 인식 수입업체 결제 물량에 하단 제한되며 약보합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