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노출 지수 25% 확대 시, AI 대체 일자리 398만개 추정
“AI 도입 후, 의사소통 등 소프트스킬 능력 요구될 듯”
한국은행이 16일 펴낸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 개로 추정됐다.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 수이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98만 개로 조사됐다. 전체 일자리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AI 노출 지수는 AI 특허와 직업별 주된 업무를 조사, 현재 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연구를 진행한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한지우 조사역은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등으로 분석했다. 반면 하위 직업으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 의사와 한의사는 AI 노출 지수가 상위 1% 이내에 들었다.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반면에 기자는 상위 86%로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성직자(98%), 대학교수(99%), 가수나 경호원(하위 1% 이내) 등은 최하위권에 속했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하여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다”며 “반면 AI 노출 지수가 가장 낮은 일자리(단순 서비스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는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저학력(고졸 이하) 및 중간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여타 기술(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과 가장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AI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AI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에게는 소프트스킬 등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AI는 반복적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기에,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AI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임금 불평등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 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AI 발전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