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의 혼인증여공제 신설 등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의결만을 앞뒀다. 기재위는 수차례 논의 끝에 이날 오전 조세소위원회에서 1억 원 혼인증여공제 신설, 가업승계 시 증여세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한 뒤 연달아 열린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 간 5000만 원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 개정안은 추가로 결혼 또는 출산을 하는 자녀에 대해 1억 원의 추가 비과세 증여 한도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미혼 출산 가구의 경우 부모로부터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신혼부부는 양가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 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혼인과 출산 시 나눠서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선택지도 포함됐다. 당초 정부안에 없던 미혼 출산까지의 혜택 확대는 민주당이 이를 정부안 수용 조건으로 내걸며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업 승계 시 증여세 최저세율(10%)을 적용하는 과세구간이 현행 60억 원 이하에서 120억 원 이하로 상향되고,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조정됐다. 정부는 최저세율 과세구간을 300억 원 이하 상향, 연부연납 20년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에서 지난해 3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상향된 데다 ‘부자 감세’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합의한 결과다.
혼인 증여세 신설에 대해선 반대 의견도 개진됐다. 소위에서도 ‘1억 원이 많은 것 아닌가, 부의 되물림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전체회의에서도 정의당 장혜영 기재위원은 “증여세 공제로 낳지 않을 아이를 낳거나, 증여세 공제가 없다고 낳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지 않는다. 상위 20%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장 위원은 민주당 양경숙 의원과 함께 소위에서도 반대 표결했다.
이외에도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현행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현행 첫째 15만 원, 둘째 15만 원, 셋째 30만 원 공제에서 둘째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를 20만원으로 확대했다. 월세세액공제를 현재 급여 7000만원, 750만원 한도에서 급여 8000만원, 1000만원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기재위 문턱을 넘었다.
또 기재위는 장병내일준비적금에 대한 비과세 특례 한도를 월 40만 원에서 55만 원으로 높였고, 경제특구 소득·법인세 감면도 신설했다. 기회발전특구에 창업 또는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는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 소득·법인세 감면, 평화경제특구에 창업 또는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소득·법인세 감면하는 내용이다.
12억 원을 초과하는 고급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월세 임대료는 과세 대상인데 전세 임대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형평성을 제고한 것이다.
장 위원은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법에도 없는 여야 간 합의, 밀실 합의로 예산과 세법이 결정되고 의결로 이어지는 결과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라면서 “정부의 내년도 국세감면율(16.3%)이 법정한도(14.0%)를 초과했음에도 조세특례의 일몰연장은 대부분 수용돼 재정건전성은 진정성이 없고,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내용인 국가재정법은 전체회의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23일 해당 안건을 경제재정소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 김주영 기재위원은 전체회의 말미 “김포 교통문제 심각성 감안하셔서 다음 기재위 상정해 논의할 수 있도록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 문턱을 넘은 세법개정안들은 이후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