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정부,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합의…EUV 운영 노하우 역량 강화 기대
SK하이닉스, EUV 친환경 활용 에너지 소모량 감축 기술 공동 개발 협약 체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과 1조 원을 투자해 국내에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 개발 연구 팹을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해 양국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벨트호벤에 있는 ASML을 찾았다. 이날 현장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함께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초격차는 미세공정 가능 여부가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고려할 때, 해당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 과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특히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7나노(㎚,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하다.
통상 노광장비 가격은 1000만 달러(약 131억 원) 정도인데, ASML이 생산하는 고사양 장비는 1억8000만 달러(약 2370억 원)에 달한다.
이 초고가 EUV 노광장비 확보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과 수율(양품 비율)로 직결되기에 업계에서는 이 장비 확보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본다. 하지만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1년에 40대 안팎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문제는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에 EUV 노광장비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ASML이 출하량을 단번에 늘릴 수는 없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현장 방문을 계기로 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약 1조 원을 투자하여 차세대 EUV 장비를 활용, 초미세 첨단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팹을 우리나라에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또, SK하이닉스와도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안 본부장은 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한·네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제프리 반 리우웬 덜란드 통상개발협력 장관과 '한·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을 위한 MOU를 맺었다.
아카데미는 글로벌 첨단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정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며 내년 2월 1차 아카데미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한-네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의 석박사 고급 인력 포함, 약 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아카데미가 신설되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과 재직자가 ASML 본사는 물론 에인트호벤 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돼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 본부장은 "이번 삼성전자-ASML 간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ASML이 공동 기술개발에 성공해 보다 친환경적인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며 양국 기업에 사의를 표했다.
이후 ASML 클린룸 방문을 통해 최신 EUV 장비를 시찰한 안 본부장은 "이번 방문으로 형성된 반도체 제조 강국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 간의 연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기술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간 합의한 '한·네 반도체 대화' 신설을 통해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