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서 은행 심사 미비
직원 KPI 시 가계대출 실적 제외
제도상 허점 DSR 대출규제 우회 대출 금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출시 과정에서 은행들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은행들이 직원 성과지표(KPI) 연계를 통해 가계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를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50년 주담대 우회 판매를 막기위해 근거없이 대출만기를 장기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직원 KPI 시 가계대출 실적을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16개 은행 부행장들과 함께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간담회'를 실시했다. 앞서 금감원은 8월부터 10월까지 가계대출 취급 1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해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 여신심사 적정성 등 가계대출 취급현황 전반을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전달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현장 점검결과 가계대출 운용과 관련해 내부통제가 미흡한 사례가 적발됐다. 주담대 최장만기 확대, 신용대출을 주담대로 대환하도록 유인,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DSR 규제 우회 사례가 발각됐다. 또 KPI에 대출실적을 연계하는 등 외형확대 위주의 대출 취급사례 등도 발견했다.
은행권은 50년 주담대를 운용하면서 최장만기 확대에 대한 사전 심사가 미흡했다. 주담대 최장만기 확대는 DSR 한도를 증가시키는 중요 변경사항으로 내규상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의 사전 의결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에서 상품규정을 개정하면서 관련 위원회 심사를 생략했다.
일부 은행은 리스크·심사부서의 우려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영업부서 의견대로 진행하는 등 사전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다수 은행이 주담대 최장만기 변경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하면서 DSR 한도 확대가 가능함을 영업점에 안내하는 등 DSR 우회·회피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영업수단으로 활용했다.
금감원이 행정지도를 통해 영업점 KPI에 가계대출 취급 관련 항목을 제외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가계대출 확대를 유인하는 구조로 KPI를 운영했다는 사실도 적발됐다. 다수의 은행이 가계대출 확대와 성과가 비례하도록 KPI를 설정했으며, 일부는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하고 있었다.
은행 가계대출 리스크와 자본관리계획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6~7월 이미 가계대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했다. 경영계획 수립·수정은 내규 상 이사회 승인사항 이지만, 경영계획 초과 사유에 대한 검토 및 이사회 수정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은행은 7월 주담대 내부자본이 설정한 연간 내부자본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소진율 95%)되자, 수익성·건전성 등을 감안한 종합적 검토 없이 신용대출 등에 할당된 내부자본을 감액하고, 주담대 내부자본을 과도(1.5배 이상)하게 증액했다.
가계대출 확대를 위한 규제 우회 등 ‘꼼수’도 발견됐다. 일부 은행은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하면 DSR 한도가 확대된다는 점을 영업수단으로 활용했다. 잔액코픽스 연동 상품을 신잔액코픽스연동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DSR 등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농어민 고객이 많은 특수·지방은행에 대해 고DSR 비중 등 DSR 자율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우수고객이나 공무원 가계대출 취급시에도 고DSR로 취급하도록 독려한 은행도 있었다.
금감원은 "합리적 근거없이 대출만기를 과도하게 장기로 운영하는 것을 DSR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금지한다"며 "신잔액 코픽스 상품 대환 시 대출규제 예외인정 종료, 특수은행에 대한 고DSR 특례 개선 등은 금융위와 협의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