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다빈치'로 불리는 삽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Düre)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인천 송도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하 문자박물관)에서 열린다.
18일 문자박물관은 기획특별전 '문자와 삽화 -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1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뒤러의 주요 작품 55점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성헌 관장은 "원래 삽화는 단순히 글의 이해를 돕는 수준이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삽화는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 삽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이 뒤러"라며 "뒤러는 북유럽의 르네상스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뒤러의 삽화를 감상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원래 삽화는 글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쇄술과 판화의 발달로 삽화는 독자적인 예술로 거듭났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진희 학예사는 "뒤러 이전의 삽화는 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글의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그린 것"이라며 "하지만 뒤러는 자신이 직접 글의 내용을 해석해 삽화에 예술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삽화용 판화는 뒤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전시에는 뒤러를 대표하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계시록(묵시록)' 등 3대 목판화와 '아담과 하와', '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 '멜랑콜리아 Ⅰ' 등 4대 동판화가 전시된다. 작품들은 모두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오토쉐퍼박물관에서 빌려왔다.
전시의 핵심 작품은 '멜랑콜리아 Ⅰ'이다.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논의와 해석을 남긴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 이미지로도 사용됐다.
양 학예사는 "이 작품은 인간의 우울한 기질을 나타낸 것인데, 뒤러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자화상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을 풍기지만, 사다리 등이 희망과 상승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침울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양 학예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뒤러의 작품에서 모래시계는 모든 덧없음을 가리키는 듯 계속해서 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자박물관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코너도 마련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뒤러의 작업실을 연출한 공간인 '뒤러의 방'을 비롯해 전시품 속 삽화 일부를 직접 찍어 나만의 그림일기를 완성해 보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뒤러의 작품을 통해 삽화를 예술적 측면에서 조망해볼 기회가 될 이번 전시는 19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