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선거의 해’ 최대 화두는 정치 폭력…기업들도 ‘전전긍긍’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주요 40개국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예정된 ‘슈퍼 선거의 해’를 맞이해 극단주의가 가열되고 정치적 동기를 지닌 폭력 위협이 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전했다. 산업계도 정치적 양극화를 올해 새로운 주요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했다. 미국에서도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후보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22년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해 숨졌고, 같은 해 미국에서는 우익 음모론에 빠진 극단주의자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을 둔기로 공격했다. 2021년에는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의 주요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 폭력과 극단주의가 재연될 가능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과 법적 분쟁이 정치적 수사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더 많은 극단주의 폭력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에서 자국 내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제이콥 웨어 연구원은 “음모론과 분열적이고 악의적인 이데올로기는 더는 사회 변두리에 분리돼 있지 않다”며 “그것들은 이제 미국 사회에 대규모로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은 종종 폭력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는 특정 후보자의 정체성에 대한 증오 범죄나 불리한 결과에 대한 폭력적 반응”이라며 “우리는 새해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드시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폭력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전문가들뿐만이 아니다. 미국 네이게이터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3%가 오늘날 정치 폭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 4분의 1이 ‘국가를 구하기 위해 폭력에 의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업계도 이러한 정치적 폭력이 미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해 미국 고위 경영진과 위험 관리자가 정치적 양극화를 생성형 AI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새로운 위험 요소로 꼽았다고 전했다.

리스크 및 규정 준수 소프트웨어 회사인 딜리전트와 정보 제공업체인 코퍼레이트보드멤버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사회 구성원 3분의 1 이상이 ‘미국 선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회사의 운영이나 전망에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답했다. 중개 및 위험 자문 회사인 마쉬의 타리크 네이저 전무이사는 “지난 몇 년 간 모든 사람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짚었다.

도심 지역의 비즈니스는 종종 이러한 정치적 위협의 최전선에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에 동기 부여를 받은 시위대가 스타벅스 매장을 파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위대가 회사와 그 신념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마트인 타깃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한 시위로 2020년 5월 175개 매장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소매업체 월마트는 잠재적 불안을 예상해 매장 진열대에서 총기와 탄약을 일시적으로 치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