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컨테이너 운임, 2022년 9월 이후 최대폭 상승
여전히 개입보다 방관 유리하다는 판단
중립적인 중재자로 자리매김
항로 막히면 일대일로 철도망에 기회
현재 중국은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태스크포스(TF)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틀 전 브리핑에서 “홍해에서의 위험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도 어떤 조치를 할지는 아무런 확답도 하지 않았다. 마오 대변인은 “모든 당사국이 국제무역에 피해를 주는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건설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만 덧붙였다.
중국이 홍해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자국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되지 않아서가 결코 아니다. 중국은 원유 절반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미국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더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홍해 위협이 고조된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높게 상승했다. 홍해를 이용하지 못하는 중국 선박들이 아프리카 쪽으로 우회하면서 비용이 추가 발생한 탓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중국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시 주석이 판단하기에 홍해에 개입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후티 반군과 싸우도록 내버려 둠으로써 중동 내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스스로를 중립적인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전략은 자국 병력 대부분을 중동이 아닌 대만이나 남중국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들의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평화를 요구하지만,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평화 증진 노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에서 중국과 중동을 연구하는 윌리엄 피게로아 교수 역시 “중국은 중동에서 더 큰 분쟁에 휘말리려는 의지가 분명히 없다”며 “강한 비난은 이란 동맹국들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민해방군 국방대학의 샤오윤화 교수는 “어떤 면에선 후티 반군이 의도치 않게 중국에 큰 호의를 베풀었다”며 “홍해의 혼란으로 인해 더 많은 무역업자가 철도망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신흥국들에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일대일로 확장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끊고 미국의 해상력을 약화하며 글로벌 다각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중국의 글로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