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패스, 임상 2상서 투약군 우월성 입증 못해
시장 반응도 냉담…일제히 하한가 주가 폭락
바이오 업계에 역대급 투자 한파가 닥친 가운데, 임상에 도전한 바이오기업들이 잇단 고배를 마시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냉담해 주가가 폭락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고 있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 카나리아바이오, 올리패스 등이 잇따라 임상에 실패했다.
1세대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엔젠시스(VM202)를 사용해 진행한 DPN(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 3상(3-2와 3-2b)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주평가지표인 일평균 통증수치(ADPS)에서 엔젠시스 투약군이 위약군 대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톱라인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투자전략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임상 데이터 양이 방대해 결과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타겟 질환인 족부궤양(CLI)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 엔젠시스의 개발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카나리아바이오는 미국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의 글로벌 임상 3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DSMB는 해당 임상에서 무용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임상 지속을 위한 유의성 관련 수치(P value)를 달성하지 못해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전체생존기간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추적관찰은 지속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는 “임상 2상 결과와 상반돼 매우 당혹스럽다. DSMB의 권고에 이의 제기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를 개발하고 있는 올리패스는 임상 2a상에서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올리패스는 호주에서 관절염 통증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지만 위약군 그룹의 통증 감소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패스 관계자는 “일관성 없는 호주 임상 결과로 OLP-1002의 임상 효능 입증에 난관이 있다”며 “임상 시험별 효능 평가 결과들이 상호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OLP-1002의 임상 효능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다. 이번 임상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응 방안을 수립해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임상 결과 발표 후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가는 임상 발표 후 일제히 폭락했다. 23일 종가 기준 헬릭스미스는 6070원(1월 2일 종가)에서 3570원으로 41% 급락했고, 카나리아바이오는 1월 16일 5050원에서 67% 하락한 164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리패스는 지난해 11월 8일 240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지만 이날 575원으로 76% 떨어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임상 2, 3상을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한다고 해도 기업이 가진 리스크를 해소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상 실패 시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안타깝지만 기술을 조기에 수출하거나 포기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