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안 확정 늦어지면서 연구과제 공고 한꺼번에 몰려
예산 삭감에 기존 과제 포기하고 새 과제 신청하는 사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올해 주요정책 추진계획으로 연구·개발(R&D) 분야 혁신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연구 현장에서는 R&D 예산이 뒤늦게 확정된 여파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아이리스)이 지난 2일 오전부터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신규과제 접수 마감일이었다.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앞두고 신규과제를 접속하려는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된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결국 개인기초연구 신규과제 접수 마감기한을 2일에서 5일로 연장하고, 연구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문자로 공지했다.
아이리스는 정부 R&D 관리 시스템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고, 규정이나 시스템이 상이해 번거롭다는 연구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2018년 시스템 구축 추진, 2022년 공식 가동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29개 주요 전문기관들이 아이리스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올해 대부분 신규과제는 아이리스를 통해서만 접수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R&D 예산안이 삭감 이슈로 인해 최종 확정이 늦어지면서 과제 공고 시점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여러 연구과제 공고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한 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해에는 개인기초 연구 접수가 11월 공고되고, 이후 집단 연구지원이 11~12월 순차적으로 공고돼 3, 4월에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2월 초 전후로 한꺼번에 공고가 올라왔다”면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짧은 기간에 많은 과제가 떠서 (과제선정) 평가위원들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과제 선정 시 상호평가 금지 등 제척 기준이 있는데, 한꺼번에 과제 공고가 올라오고 이로 인한 접수자가 몰리다 보니 평가위원에 들어갈 만한 각 분야 전문가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반기 과제 접수가 몰리는 것을 대비해 작년에 하드웨어 장비를 두 배로 증설하고 성능을 향상해놨지만, 공교롭게도 중견연구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공고)가 올해 초 많이 몰렸다”면서 “기초 연구 사업 관련한 예산이 얼마나 될지 모르다 보니 공고가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평가위원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아이리스를 통해 3만8000만여 명의 평가위원 풀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각 전문기관에서 평가 시기가 겹치게 되면 우수 평가위원을 쓸 수 없게 돼 시기를 다소 분산해서 (평가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존에 선정된 과제를 포기하고 이번에 새로 과제를 신청하는 연구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연구현장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작년에 과제가 선정되긴 했지만, 연구비가 갑작스럽게 30%정도 줄게 돼 해당 과제를 포기하고, 새로운 연구주제로 방향을 틀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