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높은 만큼 더 많은 노력 필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리더들의 모습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은 유리천장의 벽이 두껍기만 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여성 부행장 비율도 올해 5.3%에 불과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전체 부행장 94명 중 여성 부행장의 수는 5명에 그쳤다. 곽산업 국민은행 디지털사업그룹장, 박현주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송현주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장, 정현옥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이민경 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가 그 주인공이다.
5명 여성 부행장의 평균 나이는 57세로 집계됐다. 작년 말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부행장 승진자의 평균 나이가 56세인 점을 고려하면 여성 부행장의 평균 연령층이 높은 것은 아니다. 5명의 여성 부행장 중 곽 부행장과 정 부행장, 이 부행장 등 3명이 이번 승진자에 포함됐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2명의 여성 부행장을 두면서 가장 많은 비중(9.1%)을 차지했고, 하나은행은 여성 부행장이 1명도 없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허물기란 쉽지 않다. 역대 여성 은행장도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여성 부행장들은 승진하기까지 높은 장벽이 있는 만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여행원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은행권에서 남성은 ‘일반직 행원’, 여성은 ‘여행원’으로 분리 채용하면서 승진과 임금에도 차별을 뒀다. 여행원은 10년 근속 후 시험을 통과해야 초급 행원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여성 근로자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결혼퇴직제도 있었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서 결혼퇴직제는 1976년 여성 행원들이 중심이 돼 사회적 이슈로 만든 후 사라졌고, 여행원 제도도 1990년대 이후 사라졌다. ‘은행의 별’이 된 여성 부행장들은 그만큼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며 성장해 왔다.
앞서 수협은행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된 강 행장도 과거를 돌아보며 “행원 시절 당시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여신업무를 배우기 위해 남몰래 규정집을 외우고 부족한 실무를 익히기 위해 상환된 대출 서류들을 파헤치곤 했다”며 “남들보다 어렵게 배울 수밖에 없었던 만큼 더욱 철저히 준비했고, 여신업무를 맡을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도전했고 이후 수협은행 최초의 여성 책임자, 최초의 여성 지점장, 심사부장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