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합계출산율 0.72명의 의미

입력 2024-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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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0.06명 줄었다. 연령대별로 20대 후반(25~29세)과 30대 초반(30~34세)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출산율이 감소한 건 출생아가 줄어서다. 전년보다 첫째아는 7.7%, 둘째아는 11.4%, 셋째아 이상은 14.5% 감소했다.

첫째아가 감소한 건 혼인이 줄어서다. 혼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10.7%, 9.8% 감소했다(전년 대비). 2022년에도 0.4% 줄었다. 지난해엔 1.0% 늘었으나, 혼인은 출산의 선행지표다. 당해가 아닌 다음 해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혼인 감소의 배경은 복잡하다. 과도한 집값과 결혼비용, 고용불안, 연애 기회 부족 등이 주로 언급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지역별로 비수도권 시·군은 결혼적령기 여성이 압도적으로 적다. 서울은 여성이 많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결혼·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

최근에는 가치관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개인주의, 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선 타인을 경쟁 상대로만 바라본다. 이런 환경에 길들면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 청년층의 문해력 부족도 결국 공감능력 부족 문제다. 특정 어휘를 몰라도 글쓴이의 상황, 글의 앞뒤 맥락을 이해하면 난독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자녀는 공감해야 할 타인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미덕인 사회에서 스스로 공감과 양보, 배려를 택하긴 어렵다.

둘째아 이상이 감소한 건 1자녀 부부의 추가 출산이 줄어서다.

둘째아 이상 감소는 상대적으로 배경이 단순하다. 대체로 경제적 이유다. 신혼부부 10쌍 중 8쌍은 결혼 과정에서 빚을 낸다. 주택 매입비 또는 전·월세 보증금 목적이다. 애초에 홑벌이라면 자녀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지출액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요즘엔 맞벌이가 대세다. 부모 등의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라면, 자녀가 늘수록 휴직 기간이 늘어난다. 육아휴직급여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30~40% 수준이다. 줄어든 소득으로 늘어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낮은 모성보호제도 활용률도 둘째 포기의 배경 중 하나다. 일반적인 퇴근시각은 오후 6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하원·하교는 이보다 이르다. 퇴근을 앞당길 수 없다면 퇴근할 때까지 자녀를 시설에 맡기거나, 학원 등에 보내야 한다.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고문이다.

저출산 극복에는 다양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기·승·전·보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0명대로 추락한 ‘보육 친화 도시’ 세종시의 출산율이 이를 방증한다.

저출산 극복의 첫 단추는 ‘구분’이다. 출생아가 감소한 원인은 출산 순위별로 다르고, 각각의 원인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원인을 파악한 뒤 대책을 고민해야지, 대책의 방향과 내용을 정해놓고 기대효과를 끼워 맞추면 저출산 대응은 또 망한다.

정부는 최근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장관급이던 부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다만, 그게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지,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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