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확대 압박
전문 사외이사·젠더 다양성 요구
여성 비중 늘리는 안건 처리할 듯
작년 최대 실적으로 배당금 상승
9080억 자사주 소각 계획도 세워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선 배당과 주주환원 확대, 신규 사외이사 영입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은 22일, 신한금융은 26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으로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주총에서도 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젠더 다양성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이 학계와 금융·경제·경영 위주를 전문분야로 편중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전체 이사 중 여성 이사 비중도 12% 수준에 불과하고,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지주들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지적을 바탕으로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여성 이사 비중을 늘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은 사외이사 수 7명에 여성 이사 수 3명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한다. 금융지주 중 KB금융의 여성 비율이 42.9%로 가장 높다. 특히 KB금융은 사외이사를 일부 교체하면서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추천했다. 이 연구위원이 디지털·IT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디지털 관련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은 현재 사외이사 수 9명 중 여성 이사 수 2명(22.2%)에서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여성 이사 수는 3명(33.3%)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와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새롭게 사외이사진에 합류한다. 송 교수는 금융사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최 대표는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관련 사업 전문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수와 여성 이사 수를 나란히 1명씩 늘렸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수는 8명에서 9명으로, 여성 이사 수는 1명(12.5%)에서 2명(22.2%)으로 증가했다.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수가 6명에서 7명으로, 여성 이사 수는 1명(16.7%)에서 2명(28.6%)이 됐다.
4대 금융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KB금융은 2022년 2950원이었던 배당금을 2023년 110원 올린 3060원으로 결정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자연스럽게 배당금을 높였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금을 각각 35원(2065원→2100원), 50원(3350원→3400원) 인상했다.
4대 금융은 올해 908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도 세웠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 3200억 원 △신한금융 1500억 원 △하나금융 3000억 원이다. 우리금융은 1380억 원가량의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을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주주환원 확대 정책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영향을 받은 점은 있겠지만, 사외이사 수가 늘어나거나 여성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