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된 음식물분쇄기를 판매한 업체를 찾아내 관련 인증을 취소한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처분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13부(당시 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A업체가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상대로 제기한 인증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 업무를 이관받았고,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A업체 제품에 인증을 부여했다.
그러나 인증원이 2022년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인터넷 구매사이트를 통해 A업체 제품을 구입해본 결과 인증을 받은 기존 제품과는 다른 형태로 개조된 제품이 배송돼 설치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그해 10월 A업체를 소환해 청문절차를 실시했지만, A업체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제조과정, 납품과정, 납품 후 설치과정 어느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확인한 뒤 처분을 해달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이후 한국물기술인증원이 A업체에 대한 인증 취소처분을 내리자 A업체는 판매 대리점이 임의로 제품을 개조한 것이라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매 대리점은 설치만 담당했을 뿐, A업체가 지역 광고나 온라인 홍보, 온라인 판매처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 거래관계상 우위에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매 대리점이 반품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리점 계약위반에 따른 민사상 책임과 하수도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 책임까지 부담하는 상황에서 A업체 모르게 제품을 임의로 변형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거래관계에 비춰보면 제품 변조행위는 A업체의 영역과 책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청문절차를 진행해 A업체의 의견을 청취한 사실도 인증하면서 “인증취소 처분에 관한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주방용 오물분쇄기에 의해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 등이 하수도로 바로 유입될 경우 하수의 수질을 악화시킴으로써 공공수역 수질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된다”면서 “때문에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인증제도 취지에 비춰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품을 제조하거나 변형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