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맹목성, 사랑, 우주. 연극 '우주의 물방울'을 가리키는 키워드다.
29일 극단 피오르에 따르면 연극 '우주의 물방울'이 다음 달 8일부터 19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참가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연극배우였던 일봉은 변두리 룸살롱 반주자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아내 화수와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아들 동수와의 추억이 있다. 일봉과 화수는 누에를 키우는데, 누에가 뽕잎을 먹고 살이 올랐다가 고치를 짓느라 제 몸을 축내며 실을 잣는 모습에 감동한다. 누에의 삶에 자신의 삶을 이입해 교감하던 부부는 누에가 나방이 되자 아름답게 날아줄 것을 기대하지만, 나방은 본래 입이 없어 먹지도 못하고 수많은 알을 낳은 후 무심히 죽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어느 날 일봉은 룸살롱 미스 홍의 거짓말에 속아 남은 돈 전부를 날리고 유일한 생계 수단인 기타마저 처분하게 된다. 일봉과 화수는 마침내 물방울처럼 가벼워졌고, 그들은 우주를 여행할 계획이다.
'우주의 물방울'은 절박한 노인 부부, 홀아비 부자(父子), 미래 없는 젊은이, 맹목의 생을 살아내는 누에나방 등이 등장해 단순하고 고된 한 번의 삶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연극 속 우주는 심오한 시공간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우주를 미지의 '바깥'이라고 부르지만, 우주야 말로 모든 것의 '안'이고, 생명과 무생명의 근원이다. '우주의 물방울'은 오늘날 첨단 기술력에 의해 극단의 지점까지 확장된 감각 세계의 속도를 벗어나 가만히 바라보고 천천히 느끼고 곰공이 생각하게 하는 관극 체험을 선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