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물가 관리 지휘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최근 물가 안정과 핵심 산업 지원을 위한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와 ‘국가전략산업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물가는 22대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만큼 민생물가 TF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보여주기식 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가 관리 지휘를 대통령실이 직접 맡은 건 2011년 이명박 정부 이후 13년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물가안정책임제’ 시행으로 직접 물가안정에 개입하며 물가 조정에 나선 바 있다. 물가안정책임제는 서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 52개에 대해 품목별로 1급 공무원을 담당자로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도록 제도다.
당시 물가안정책임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개별 품목에 대한 단기 가격 조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당정도 지난해 11월 ‘물가 전담 TF’를 추진하면서 물가안정책임제와 비슷한 방식의 물가 관리 체계를 가동하기로 한 바 있으나 당시에도 정부가 개별 품목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기업과 시장에 과도한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번 민생물가 TF에서는 단순 개별 품목 가격 조정을 넘어 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TF에서는 △가격 변동 폭 크거나 △국민 체감 높거나 △전체 물가에 영향 큰 품목 등 핵심 품목 중심으로 물가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개별 가격이 아닌 유통, 공급 구조 및 해외 요인 등 구조적 물가안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3일 YTN에 출연해 “정부가 총력전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 전체적인 물가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급, 경쟁, 저장, 유통과 관련된 구조를 개선해 물가 압력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특정 품목들이 급등하는 변동성도 줄여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별 가격이 움직이지 않게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가격 자체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고물가 주범으로 꼽히는 농산물에 대해선 납품 단가나 할인 지원, 할당 관세 등에 대한 세금 지원을 계속 병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같은 구조 개혁은 장기적이고 대규모 정책일 수밖에 없어 현실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농산물 유통만 놓고 봐도, 유통 구조 개선이라는 건 손대기가 쉽지가 않다. 이미 유통 구조 개선으로 물가를 조정한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10년도 더 전에 나온 것인데 적용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물가를 변동시키는 상황 등에 대한 요인 분석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물가라는 건 우크라인 전쟁 같은 다양한 외부적 요인 등에 의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를 정부가 조정할 수 있다는 접근 자체가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진 실체도, 구체적인 정책도 없는 만큼 더 봐야 알겠지만, 물가를 직접 조정하겠다는 것보다는 물가 변동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