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로 심각한 부상 대부분 예방
볼펜과 하이힐 등 날아다닐 때 위험
승객과 승무원 220여 명을 태우고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소속 보잉 777-300ER 여객기가 이번 주 난기류(turbulence) 탓에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난기류를 만난 항공기는 얼마나 위험할까.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조종사를 포함한 항공전문가와 의료계 등의 발언을 종합해 “난기류는 빈번하게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커다란 위험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안전띠를 비롯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큰 부상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싱가포르항공 난기류 사태로 인해 사망한 73세 영국인 승객은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부상자 대부분은 기내 위쪽 수화물 공간과 충돌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레 기체 하강이 시작하면서 관성의 법칙에 따라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미국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난기류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기 빠른 이동이다. 대기압과 제트 기류, 기온, 뇌우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일어난다. 과학적으로 이를 예측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맑은 하늘에서도 난기류는 발생한다.
예컨대 뇌우는 공기를 순간적으로 가른다. 이때 압력에 의해 주변 공기가 커다란 움직임을 만든다. 이때 공기는 커다란 파도처럼 순간적으로 요동친다. 이를 통과하는 항공기는 종이비행기처럼 흔들릴 수 있다.
FAA는 “난기류는 비행기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가할 수 있다”라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과 승무원은 부상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FAA 통계를 보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여객기 탑승객 가운데 163명이 난기류로 인해 심각하게 다쳤다.
에어로노티컬 대학의 항공학과 밥 토마스(Bob Thomas) 교수는 “난기류의 가장 나쁜 특징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른바 청천 난기류(clear-air turbulence)의 경우 계기적 또는 시각적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상업 조종사로 일해 온 패트릭 스미스(Patrick Smith)는 WP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비행할 때마다 거친 공기를 만난다”라며 “난기류는 모든 종류 날씨와 연관돼 있는데 예측할 수 없다면 빠르게 벗어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난기류 속으로 빨려 들어간 항공기는 순간적으로 급강하하거나 거칠게 요동친다. 예컨대 수백 명을 태운 커다란 자동차가 울퉁불퉁 자갈길을 빠르게 달리거나, 순간적으로 나타난 절벽 밑으로 고꾸라지듯 내달리는 형국이다.
대형 여객기가 심각한 난기류를 만났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기내에서 발생한다.
승객과 승무원은 안전띠로 좌석에 고정됐다 해도, 볼펜과 안경ㆍ여성용 하이힐ㆍ작은 수화물 등은 기내 이곳저곳을 쏜살처럼 날아다니며 승객을 위협한다.
심지어 승무원이 승객 서비스를 위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카트가 송두리째 천장까지 솟구칠 수도 있다. 육중한 카트는 다시 승객의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기압 변화 탓에 기내 여압 조절장치가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일부 승객은 고막을 다칠 수도 있다.
미국운항승무원연합회(CWA)의 새러 넬슨 회장은 “승객은 항상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고 좌석에 앉을 때마다 안전띠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넬슨 회장은 “싱가포르항공의 최종 조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단언하기 어렵지만 가장 위험한 난기류 가운데 하나인 청천 난기류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WP에 전했다.
이번 사고처럼 난기류로 인해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 있을까. 단언할 수 없으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예일대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인 에리카 스패츠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난기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급성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때 혈압과 심박수ㆍ스트레스 호르몬 등이 증가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자칫 동맥 파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