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음주운전 사고 내고 술을 더 마셨어요

입력 2024-05-25 08: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이미지투데이)

며칠 전 저녁 술자리 끝에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로부터 출석 연락을 받았는데요.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범죄입니다. 최근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더 높아졌는데요.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며칠 전 저녁 술자리 끝에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인도에 세워진 전봇대를 들이박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는 CCTV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미 과거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두 차례 있어서 이번 경찰 조사가 두렵습니다. 세 번째는 재판까지 넘겨진다던데…. 저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A.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법규도 계속 강화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세 번째 음주운전이면 상습 음주운전으로 분류되어 구속수사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2회 이상 음주운전 전력이 10년 이내 벌금 이상의 전력이라면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가중된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에 세워진 전봇대를 들이박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부분은 이로 인하여 비산물이 생겨 교통에 방해가 되거나 후속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 사고 후미 조치로도 처벌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Q. 경찰 조사과정에서 조수석에 앉아있던 친구와 자리를 바꿔치기한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친구는 음주운전 이력이 없었기에, 당시에는 운전자를 바꿔 말하면 큰 처벌은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실질적으로 가중처벌 요건이 되나요.

A. 음주운전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피하고자 비음주 동승자, 동종 전력이 없는 지인을 가짜 운전자로 내세우는 것은 운전자에게는 범인은닉교사죄, 가짜 운전자 행사를 한 사람은 범인은닉죄에 해당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검찰에서는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운전 방조 행위(음주운전을 알면서도 만류하지 않은 동승자,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유발하는 행위,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구형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어,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예도 있습니다. 결국, 음주운전 외 다른 죄명으로도 또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Q. 사실 사고 이후 일부러 술을 몇 잔 더 마셨습니다. 그러면 제가 사고를 낼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제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지면 혹시라도 이후 처벌이 가벼워질 수 있나요.

A. 사고 이후 추가 음주를 해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의 입증을 어렵게 하기 위한 행위가 종종 있고, 최근에는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음주측정 거부죄처럼 처벌하자는 소위 의도적 추가 음주 처벌에 관한 입법규정 신설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입증이 어려워질 수는 있겠으나 같이 처벌받는 다른 죄명의 양형 판단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Q. 음주운전 재범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차량을 압수하기도 하나요. 혹시 그렇게 된다면 차는 언제 어떻게 되찾을 수 있나요. 새로운 차를 다시 구매해도 되나요.

A.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신체·재산에 대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검찰은 중대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에는 범행수단인 차량을 압수하고 몰수를 구형하고 있으며, 법원도 몰수판결을 하고 있습니다. 몰수판결이 확정되면 차량은 공매 절차를 거치고 그 매각대금이 국고에 귀속됩니다. 결국, 차를 되찾으실 수 없는 거죠. 음주운전을 했다면 면허가 취소나 정지되었을 가능성이 큰데 새로운 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무면허 운전의 위험 및 재범의 우려를 스스로 증명하는 형국이고,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할 것입니다. 음주운전은 나를 포함하여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범죄임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