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모들의 화두 중 하나는 ‘학교폭력’이다. 누구누구가 어떤 일로 재판까지 가고, 부모끼리도 쌍방 고소가 벌어졌다는 전쟁사는 더 이상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성인 간 문제였다면 금세 화해하거나 훌훌 털어버릴 일도, 학생이자 내 아이의 일이기에 부풀어지고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예전과 달리 직접 훈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탓에 학부모끼리 아는 사이라도 선생님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건 관계자가 늘어나고,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이 심화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심의대책위원회(학폭위)라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소송이 난장판이 됐다는 학부모들의 얘기도 종종 들린다. 학폭위가 생활기록부 기재나 (소액의) 민사소송, 소년보호사건과 직결시키다 보니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사활을 걸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문제아가 아니더라도 순간의 행동과 말이 학폭으로 연결돼 긴 절차를 밟는 경우 역시 부지기수다. 부모는 학생의 말을 듣고 학폭으로 단정 지어 문제를 크게 만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갈등 원인이 피해자가 먼저 갈등을 유발한 예도 있다.
이런 경우, 초등학생들이 부모에 대한 패륜적‧성적인 발언이 학폭의 계기가 되는 게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다른 아이를 자극한 뒤 학폭 문제를 삼기 위해 일부러 ‘패드립’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가령 어느 중학생이 ‘너희 엄마가 몸 팔아서 너를 먹여 살리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폭발해 주먹을 휘두른 사례도 있었다. 되레 부모가 힘들어할까 눈치를 보는 이 학생에게 “조금만 더 참지 그랬어”라는 말을 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달래줄 수 없었다.
학폭위 사건은 말그대로 천태만상이다. 사이 좋은 친구들끼리 일상 대화에서 장난으로 욕설을 주고받다가 학폭위에 회부된 사례, 화상 수업 중 같은 반 학생 얼굴 사진을 캡처해 놀린 사례, SNS 메신저를 이용해 익명으로 폭언‧험담을 했다가 학폭위에 회부된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수련회에서 친구들끼리 베개 싸움을 벌이다 수개월 뒤 학폭으로 신고한 사례, 학교 밖에서 모르는 학생 간 싸움이 일어나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응원했다는 이유로 학폭위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반대로 상대방의 폭행과 모욕 등으로 학폭을 고발하는 게 왠지 늦은 감이 든다며 망설이거나 속상해하는 경우도 있다. 또 성(性) 관련 사건은 가해자가 미성년자 혹은 동성이라서 오히려 가볍게 처리돼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는 “학폭위 사건은 쌍방 문제로 얽혀있고 소송 등 긴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연관이 되면 모두가 진을 빼게 된다”며 “저 역시 변호사이기 전에 부모로서 어떤 대처가 현명한 길인지 깊이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