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ㆍ중앙아프리카 경제ㆍ교통 중심지
케냐 경제 타격, 주변에도 영향
아프리카 전역의 극심한 부채 문제도 변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증세 반대 시위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확산하자 앞서 제안했던 재정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 데이터를 비롯해 연료, 은행 송금, 계란, 생리대, 일회용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에 증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토 대통령이 법안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계속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정치 평론가 저스티스 말랄라는 “시위의 핵심은 너무 많은 아프리카인이 빈약한 수입으로 겨우 생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부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지도자들을 향해 투쟁할 준비가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케냐는 동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경제·교통 중심지로, 케냐 몸바사 항구는 우간다와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국의 교역을 담당하고 있다. 케냐 경제가 어려우면 주변국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말랄라는 “많은 아프리카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거의 또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며 “청년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준에 인플레이션은 폭발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부채를 비롯한 재정 문제는 케냐만의 일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74%에 달한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 나이지리아의 경우 지난해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70% 하락했고, 5월 인플레이션율은 2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에는 푸드 트럭이 공격을 받는가 하면 쌀을 얻으려 몰려든 군중들이 겹치면서 7명이 죽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말랄라는 “케냐 시위를 촉발한 상황은 아프리카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끓어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프리카 관계자들은 이 대륙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케냐에서 치명적인 생계 시위가 일어난 사실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며 “대신 다음 폭발이 어디에서 일어날지를 궁금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