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6%·취업자 23만·경상수지 630억$ 흑자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취업자 증가분은 23만명 등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다. 단 여전히 높은 체감물가와 투자 위축 등을 고려,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부담 완화 종합대책과 밸류업(가치 제고)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역동경제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전년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제시한 2.2%보다 0.4%포인트(p) 높다.
정부의 이러한 성장 전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고 한국은행(2.5%), 국제통화기금(IMF·2.3%)보다 높다.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배경은 1/4분기 양호한 실적,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 등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GDP 잠정치는 작년 4분기보다 1.3% 올랐다. 2021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의 최대치로 시장 예상치(0.6%)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3월 3%대(3.1%) 상승률을 기록한 후 4~6월 3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한 만큼 물가 안정 기류가, 취업자 증가 규모는 올해 초 호조와 상반된 최근 둔화 흐름이 각각 반영됐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월(38만명)과 2월(32만9000명) 30만명대를 이어가다 3월(17만3000명) 들어 10만명대로 줄었다. 한 달 만인 4월(26만1000명)에 반등을 이뤘지만 5월에 8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상수지는 6월 무역수지가 80억달러 흑자로 2020년 9월(84억2000만달러) 이후 4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빠른 개선세를 반영, 종전 500억달러 흑자에서 63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흑자다.
정부는 내수는 물가 등 제약요인이 완화하지만 부문별 회복 속도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짚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이 높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는 둔화하고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 등이 소비 제약요인을 완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는 수출 증가에 따른 투자수요로 설비투자는 회복이 예상되지만 건설투자는 신규공사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착공 면적은 1년 전보다 9.6% 줄어들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지표가 연초 전망 수준 또는 그 이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부문간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어 하반기에는 경제지표 개선이 보다 넓게 확산, 체감되도록 보완이 절실한 부분에 정책 대응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최근 경기 회복 흐름을 염두에 두고 △소상공인·서민 지원 △물가안정·생계비 경감 △건설투자 등 내수 보강 △잠재리스크 관리 등 4개 취약 부분 개선에 중점을 뒀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정책자금 분할상환·저금리 대환대출 지원대상 확대 등 경영부담 완화,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규모 확대(30→40조원+α)·점포철거비 확대(250→400만원) 등 재기 지원을 추진한다. 한눈에 관련 정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소상공인 정책정보 원스톱 플랫폼' 구상도 내놓았다.
또 하반기 2%대 물가 안착과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해 농수산물 할인지원·비축, 에너지바우처 등에 5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민자사업·정책금융 하반기 투·융자 규모를 올해 연초 계획 대비 15조원 확대한다. 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70% 한시 인하 재입법,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 2026년까지 추가 연장 등 내수진작 입법도 병행한다. 추석 비수도권 국내관광 숙박 쿠폰 20만장 발행 등 국내 관광도 유도한다.
부동산PF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94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하반기 중 PF 사업구조 개편 등 부동산P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위험수위에 다다른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등 올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아젠다인 역동경제 로드맵은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이동성 제고 등 3대 분야 구조개혁을 통한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우선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기업규모별로 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규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해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 증가금액 등 저율 분리과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등 다각도 세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고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는 등 일·생활 균형 맞춤 방안도 담겼다.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늘봄학교(초등전일제 학교) 등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평생교육-직업훈련 연계 생애 전주기 인적자원개발 체계 구축 등을 중점 추진한다.
김 차관은 "역동경제 로드맵은 그간 미뤄 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길잡이로서의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대내외 여건 개선 등에 따라 잠재 수준을 웃도는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 기저영향에도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영향 완화, 반도체경기 호조 등이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봤다. 물가는 국제유가 오름세 둔화 등으로 물가안정목표 수준이 근접한 2.1% 오르고, 취업자 수는 올해보다 다소 둔화된 17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세 지속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으로 700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