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크게 극영화, 다큐멘터리영화, 실험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극영화는 일정한 서사를 갖춘 픽션 영화를 말한다. 다큐멘터리영화는 사실을 기록한 논픽션 영화다. 실험영화는 영화의 미학적인 측면을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세 영화는 모두 예술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영화는 ‘현실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출과 편집 등을 통해 감독의 고유한 예술관이 뚜렷하게 새겨진 영화다.
영화학개론 시간에 배우는 이 기본적인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때문이다. 8일 국회에서 유 장관은 2017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예술인지 아닌지 묻는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예술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 의원이 “보지도 않고 예술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라고 재차 질문하자 유 장관은 “보나마나”라고 답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든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세상에 목적 없는 영화는 없다. 감독은 자기만의 기획 의도를 갖고 영화를 만든다.
‘노무현입니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극장업을 운영하는 CJ CGV 산하 CGV아트하우스에서 배급했다. CGV아트하우스는 독립ㆍ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곳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 사람은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로,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유 장관의 말처럼 ‘노무현입니다’가 예술이 아니라고 치자.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극장업을 운영하는 대기업과 한국영화 발전을 담당한 공공기관의 위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예술도 아닌 영화를 배급하고, 제작한 셈이다.
최근 기자는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지원팀’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위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일을 단독 보도했다. 반대한 위원들은 이 같은 통폐합 과정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통폐합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한 영화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블랙리스트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냥 지원을 끊으면 된다”라며 자조했다. 올해 초 영진위 예산이 대거 삭감하면서 영진위의 존립 자체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정 예술을 비평하거나 취향 차원에서 불호를 표명할 수는 있지만,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같은 말은 영화를 만든 감독과 스태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예술에 편견을 갖는 건 인종차별보다 무섭다. 폴 매카트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