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경영 거버넌스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자,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구속됨에 따라 그룹 경영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의 역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사태 수습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는 23일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고 경영진도 정신아 카카오 대표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동력 확보와 중앙집권체제로의 전환 등 경영 쇄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카오와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들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정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긴급 소집된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도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카카오의 CA협의체는 그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어젠다를 발굴하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조직이다.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기존의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중앙집권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CA협의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규모도 확대됐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총수 유고 상황에 처한 카카오 그룹의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CA협의체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새벽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게 영장 발부의 근거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구속 영장 발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는 124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총수에 대해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한 판결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당시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3월에,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 씨는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 모순되는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M엔터 인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성수·이진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들은 이 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경영 쇄신 활동 등에도 우려를 표했다. 카카오 측은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그룹 차원의 쇄신 뿐 아니라, 선택과 집중, AI 시대 지속 성장을 위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영 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져 경영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